싱싱비타민의 와우다이어리

와우 싱싱 다이어리 - 왕따와 마녀사냥은 멈춰도 됩니다

싱싱비타민 2019. 5. 28. 23:59

싱싱비타민의 와우 하다 생긴 일 - 와우 다이어리

 

 *초보자를 위하여 와우에서 쓰는 줄임말이나 용어에 대하여 글 아래쪽에 작은 글씨로 설명을 해두겠습니다.

  와우나 게임 외 용어나 줄임말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네이버나 구글 이용 ^^

 

 

 

 

얼마 전 목요일, 길드 레이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속한 길드는 화목일 밤 10시 반부터 12시까지 *길드 레이드를 갑니다.

아주 오래된 길드지만 마구잡이로 길드원을 받는 곳은 아닌지라 인원이 적다 보니 레이드 인원이 부족했습니다.

*(일반과 영웅은 10인 이상이면 되지만 신화 레이드는 정확히 20인이 되어야만 합니다.)

19인이고 전사가 없어서 *공대장이 *딜전모집이라고 *글로벌로 파티 찾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사냥꾼과 마법사가 신청을 했더군요.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냥꾼은 신청을 취소했고, 법사님(이후 A님)은 계속 신청 상태였습니다.

*템렙도 414로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저와 같은 직업에 같은 템렙이라 기억하고 있습니다.)

공대장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A님을 모셔가기로 하고 신화 레이드는 진행되었습니다.

1넴이 지날 때까지 A님은 공대장님의 말에 반응이 없었습니다.

*디코에 들어왔냐고 물었는데 대답이 없었죠.

그렇게 1넴을 잡고 손목이 나와서 나눔을 했는데 A님만 손을 들었길래 드렸습니다.

손목을 드리려 A님을 클릭했는데 *영약이 체력 영약이길래 제가 들고 있던 *길드 영약을 거래해서 드렸습니다.

받자마자 영약을 먹고 지능 영약으로 바뀐 걸 확인했는데, *공대말로 지능 영약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귓속말로 "제가 드린 게 지능 영약이에요. 초보이신가 봐요"라고 했는데 답변은 없으셨습니다.

공대장이 디코 인원을 파악해보니 A님은 디코에 들어와 있지 않았습니다.

A님과 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공대장에게 어떤 제보가 있었다 했고, 얼마 되지 않아 A님은 내보내 졌습니다.

 

*

길드 레이드 : 길드에서 모집해서 가는 공격대(5인 던전과는 달리 10인 이상 가는 던전의 구성)

일반, 영웅, 신화 : 레이드나 던전에도 레벨이 있음, 신화가 가장 어려운 던전

공대장 : 공격대의 장

딜전 : 딜(방어, 공격, 치유 중에 공격을 담당하는)하는 전사

글로벌 : 길드나 지인을 통해 던전에 참석하는 것이 아닌 파티찾기 시스템으로 참석하는 것

템렙 : 아이템 레벨 (만 레벨 이후는 아이템 레벨을 올려가며 그에 맞는 던전에 참석함)

디코(디스코드) : 던전 진행 시 말로 소통하는 채팅 프로그램 (와우에선 거의 필수에 가까움)

영약 : 연금술사가 만드는 물약인데 죽어도 지속되는 물약, 어려운 던전이나 레이드에서는 필수

길드 영약 : 연금술사 가마솥을 클릭하면 나오는 영약으로 일반적인 영약인 지능 영약, 민첩 영약들과 달리 같은 모양이라도 먹으면 자신의 캐릭터에 적합한 능력치를 올려준다. 

공대말 : 공격대에서 사용하는 채팅창 /공 이라고 치면 공격대말로 대화가 가능함

 

 

길드 레이드가 끝나고 *와우 인벤에 들어가서 A님 아이디를 검색해봤습니다.

*와우인벤 : 와우의 커뮤니티 사이트, 와우의 네이버 같은 곳. (겨레와 나는 최근에서야 많이 참고한다, 있는 것은 알았지만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없었다)

 

 

 

A님에 대한 꽤 많은 글이 있는 듯 보였습니다.

여기서 제가 있는 듯 보였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A님이 비매너적인 행동을 했다는 글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레이드의 특성상 시간의 한계가 있고, 다수가 1명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소통이 되지 않는 A님을 내보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제가 공 대장이었다 해도 A님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 오면 어느 레이드이든 소통이 되지 않는 유저는 내보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제가 이런 일기(카테고리가 다이어리니까 일기라고 우김)를 쓰는 이유는

그분을 내보내고, 딱 거기까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분이 내보내 졌기에,

그분이 나쁜 사람이어야 하고, 비웃어도 되는 사람이어야 하고, 손가락질당해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냉정하게 말하자면 빠른 진행으로 최대한 많은 몹을 잡아서 *파밍을 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욕구이지 그분의 욕구인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 파밍 : 아이템을 모으는 행위

 

공대장님도 씁쓸한 마음이 들었는지 다음날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공대장님이 우리에게 죄송할 일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마도 죄송하다는 의미보다 "I'm sorry" 유감을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인벤 글의 내용들은 A님의 비매너적인 행동은 찾을 수 없고, 비매너 행동을 오래 한 사람으로 추정되는 글들만 있었습니다.

 

 

 

 

빨간색 밑줄 그어 둔 곳을 보시면 알 수 있듯이 

비매너를 신고하는 사건 사고 게시판(약칭 : 사사게)입니다.

이 글만 보면 여기서 언급된 두 분(A님 말고도 한 분을 더 언급하고 있습니다)이 비매너 행위를 여러 번 했고, 더 상대할 가치가 없이 내보내야 하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현실로 비교하자면 범죄자 취급)

이 글에는 A님 말고 언급된 다른 한 분이 댓글을 남겨서 옥신각신하고 있었고, A님이 댓글을 달거나 대응을 한 흔적은 없었습니다.

 

또 다른 글들에도 대부분 추측이었고, 그 글들로 유추해보아 굳이 A님의 잘못을 찾으라면 A님이 자신의 케릭터나 던전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은 것 같고, 언어적으로 원활한 소통이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추측이 팩트라면 A님은 계속 아이디를 변경하면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더 마음이 아픈 것은 A님 근황이라면서 올려진 글에서  A님 레이드 모집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A님을 봤을 때 어딘가 불편한 걸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습니다.

몸이 불편하던가, 마음이 불편하던가, 언어가 불편하던가

 

마음이 아프다는 분도 있었고 어딘가 불편한가 생각한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가 불편한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도 나쁜 것인지

아래 사진 2번째 댓글은 그저 표현의 실수가 있었을 뿐인데 비공감 14개와 부정적인 대댓글...

 

 

 

 

마치 학교 왕따를 보호해주려다 같이 왕따 되는 느낌?

이 댓글마저도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여러 글을 찾아보니 소통에 불편함은 있어 보였지만  A님이 욕을 했다거나 심각한 비매너 행위를 했다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저 게임을 잘하지 못하는데 언어까지 불편한 건 아닐까...

한 때, 와우가 나오기 전인가 이름도 기억나지 않네요. 울티마 온라인?

아무튼 영어로 대화해야 하는 게임이었는데 당연히 저는 영알못이라 소통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런 취급을 당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습니다. 

 

크게 피해를 입은 것처럼 글을 쓴 분이 있었지만, 먼저 자신이 욕을 한 내용을 당당하게 스샷 해서 공개했더라고요.

게임 좀 잘한다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욕할 권리가 있는 걸까요?

게임 실력이 있는 사람이 게임 실력 없는 사람에게 답답하다는 이유로 욕을 한다면

돈 많은 사람이 돈 없는 사람에게 갑질 하는 것과 다른 것이 무엇일까요?

그 글을 쓴 분은 이미 욕을 했었고, 그러고 난 후에도 3번의 *트라이 후에 A님은 *막트한다고 하고는 나갔다고 합니다.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들고, 트라이의 원인이 A님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A님이 욕을 들어먹으면서까지 힘든 트라이를 억지로 이어가야 하는 걸까요?

결국 4명이서 던전은 완료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무엇이 그리 억울해서 사사게에 글까지 올리는 걸까요?

 

* 트라이 : 몬스터를 잡다가 못 잡고 전멸(전원 사망)하면 1트라이(1트)라고 표현한다.

  막트 : 마지막 트라이 (시간이 부족하거나, 트라이가 의미 없다고 판단될 때 유저들이 막트할게요 라고 자신의 의사를 표시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니 관심이 많아서 관련 영상이나 기록을 많이 찾아보는데요.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약해 보이거나 자신과 달라 보이는 동물을 왕따 시키고 공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도 동물의 본능이 남아있지만 인간의 측은지심과 기여 욕구도 분명하게 있습니다.

우리는

어린 아이나 동물, 노인이 차 앞에서 느린 걸음으로 지나가도 그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주고,

장애인을 배려하는 문화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장애인이 될 확률이 있습니다.)

더디지만 우리의 문화는 발전하고 있고, 나름의 만족과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사회가 발전하듯이 게임의 문화도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우리에게(게임 유저) 더 나은 환경을 가져온다고 믿습니다.

 

사회통념이 게임은 그저 한심한 것, 중독되는 것, 규제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해서 게임을 하고 있는 우리마저 숨어서 게임을 하고, 숨어있기에 다른 유저의 약함을 돌보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딜이 부족하다고 해서 계속 욕을 들으면서 힘든 트라이를 억지로 이어가야 하는 걸까요?

 

딜이 부족하면 공부를 해야지라고 이야기할 건가요?

그럼 서울대를 갔어야지, 그럼 공무원이 되었어야지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 걸까요?

 

저와 겨레도 심각한 *발컨이라 10년 넘는 *와생중에 *격아에 와서야 비로소 레이드와 쐐기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한 번씩 던전을 갈 때마다 욕을 듣거나 짜증을 듣거나 갑질을 당했습니다.

우리가 겪은 마음의 상처는 레이드 템을 입은 유저들을 보면 부러워만 할 뿐 절대 레이드와 던전을 가지 않는 결과로 돌아왔고,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장을 다니거나 와켓몬, 고고학, 채집, 오죽하면 우리는 남들은 지겨워하는 채집을 해서 경매장에 파는 것을 재미로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달리 즐길 거리가 없으니까요. 

*

딜 : 5인 던전은 방어 1명 치유 1명 공격 3명으로 이루어지는데 공격 3명의 역량을 나타내는 미터기가 있다. 미터기에 따라 공격 3명의 역량을 평가한다. 그 공격한 양을 딜량이라고 하고 딜량이 부족한 경우, 딜러(공격자를 칭하는 말)를 탓하기도 한다. 변수가 많고 여러 명이 조화를 이루어야 완료가 가능함에도 미터기만 믿고 딜러 탓을 하는 일부의 사람들이 있다.

 

발컨 : 게임 조작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쓰는 말 (손이 아닌 발로 하니 컨트롤이 안된다는 뜻)

와생 : 와우 라이프 (현실의 생활과는 다른 와우에서의 생활)

격아 : 와우는 2년 정도마다 대규모 업데이트를 한다. 그 업데이트마다 이름이 달라지는데 2018년 여름쯤에 격전의 아제로스 업데이트가 있었다. 해당하는 2년 동안의 시즌을 격아라고 부른다. 이 전의 시즌은 군단, 드군, 판다리아

쐐기 : 5인 신화 던전으로 던전 레벨을 바꾸는 돌(쐐기돌)을 가진 유저가 돌을 꽂으면서 시작하는 시간제한이 있는 던전(1레벨은 깡신던이라고 하고 2레벨부터 땡땡 던전 2단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지금은 쐐기와 레이드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냥 다니는 것뿐만 아니라 너무나 재밌기에 없는 시간까지 쪼개어 상황이 허락하는 한 되도록 참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답답한 우리를 계속 기다려주고 이끌어주며 따뜻한 응원을 보내준 여러 유저들이 있었고, 저와 겨레도 (게임도 공부를 해야 하는 것임을 알게 되어) 틈틈이 공부를 해서 게임 이해도를 높여갔습니다.

와우는 현존하는 게임 중에 가장 퀄리티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방대하기에 배우기 쉬운 게임이 아닙니다. 공부를 해야 1인분을 하는 게임이라고들 합니다.

많은 분들이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래서(공부하는 게임이어서) 떠나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분들은 우리가 만난 행운을 만나지 못했고, 마음의 상처를 입었기에 떠났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믿어주는 든든한 단 한 사람(가족이든 누구든)만 있으면 세상을 떠나지 않고 용기 내어 살아가듯이

게임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혹은 실수를 해도 우리를 믿어주는 든든한 사람이 있으면 떠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이 이별의 글을 남기고 떠났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무능을 인정하거나 남의 탓으로 돌리는 글 따위는 쓰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 역시 제 무능을 탓해보기도 하고 매정한 다른 유저들을 탓해보기도 하면서 와우를 떠났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 다시 하게 되었고, 또다시 마음의 상처를 입고 접으려다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 해보고 안되면 접자라는 마음먹었습니다. (그 당시는 정말 밤도 새웠어요. 이 나이에...)

남들은 저렇게 쉽게 하는데 이것 하나도 못하나? 제자신이 안타까워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공부하고 *허수아비도 때려보고 하면서 겨우겨우 *탱밑, 힐밑을 면했습니다.

누군가는 공부하는 저를 비웃기도 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분이죠... 제 과거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유년시절 공부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게임에선 절대 공부를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을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봅니다. 사실 공부라고 표현해서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지만 모든 게임이 사용법을 익혀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선 다르지 않습니다.)

비웃는 것과는 무관하게 제 노력과 공부는 정말로 제 문제점을 개선해주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저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보면 도와주려고 애썼고, 그 덕에 좋은 인연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지금 있는 길드는 그런 좋은 사람이 대부분인 길드입니다.

저는 길드에 만족하고 있고,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조금이라도 길드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허수아비 : 유저나 몬스터 대신 허수아비를 때리면서 연습할 수 있다.

탱밑 : 위에 언급됐던 딜량이 탱커(방어자) 보다 낮을 때, 혹은 힐러(치유자) 보다 낮을 때

 

살아가다 보면 1도 손해보지 않으려는 분을 만납니다.

그럴 때마다 정말 1도 손해보지 않으려는 것이 타인에게 1도 손해주지 않는 것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배려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느 누구도 배려를 받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어른인 사람은 없으니까요.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우리는 다른 사람의 배려를 받았을 겁니다.

그런데 즐겁기만 해도 부족할 와우라는 세계에서 왕따 시키기와 마녀사냥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닌지

먹먹한 마음으로 글을 써보았습니다.

 

왕따와 마녀사냥은 이제 멈춰도 됩니다. 이제 이해해줘도 됩니다.

 

모두가 이해하는 문화로 돌아선다면

왕따를 시킨 유저, 마녀사냥을 한 유저마저

이해해 줄 것이고,

변화할 거라 믿으며 기다려주고 따뜻하게 맞이해 줄꺼니까요.

 

 

 

눈 내리는 주둔지 광산 앞에서 귀여운 댕댕이들과 함께 찰칵~